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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우수사례
[졸업생 인터뷰 #4: 강지영 한의사]
- 한의과대학
- 35
- 2026-09-07
# 재학 시절 본인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한마디로 ‘조급한’ 학생이었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이 한의학을 진득하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평생 한의학과 함께할 사람이 될 거라면, 이 시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체험해 저에게 맞는 길을 찾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다른 길에서 좋은 치료 효과를 내는 분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아, 편협해지지 않고 싶었고요.
그래서 밖으로 많이 나갔습니다. 방학과 주말마다 참관을 다녔고, 대한침도의학회·사암침법학회·동의방약학회·통합방제학회 등 여러 학회의 학생 강의와 캠프를 부지런히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경험이 준 가장 큰 선물은 ‘학교 공부’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강의실에서 교수님 강의만 듣다 보면 그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소위 치료율 좋기로 저명한 원장님들을 만나 뵈면, 하시는 말씀이 한결같았습니다. “학교에서 다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가공해 치료 시스템을 만들었다”, “상한론을 파라, 동의보감을 파라.” 새롭고 신선해 보이는 임상 처방들도 알고 보면 원전에 이미 있거나, 교수님이 수업에서 짚어주신 내용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학교 수업에 더 충실히 참여할 강한 동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히 원전 과목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처방은 대승기탕입니다. 원전학 시간에 ‘大承氣湯’이 火를 꺼서 氣를 올리는 처방이라고 배웠는데, 나중에 한 임상 원장님이 들려주신 실제 사용례가 바로 그 원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생긴 확신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늘 의학의 대가에게 배워서 환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정말로 낫게 하는 실력을 갖추고 싶었는데, 그 대가들을 원전에서 다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원전을 얼마나 현대적으로 풀어낼 수 있느냐에 실력이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저는 조급한 마음으로 의학의 대가를 찾아다니다 ‘원전을 읽으라’는 답으로 돌아온 학생이었습니다.
# 후배들에게 추천합니다! 재학 중 꼭 해봤으면 하는 경험이나, 지금 생각하면 ‘이건 꼭 해두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이 있나요?
세 가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첫째, 원전을 제대로 만날 기회를 꼭 가져보세요.
저는 예과 1학년 때 원전을 가르쳐주신 (현재 부산대학교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 소속) 신상원 교수님께 음양·오행을 배우며 관점이 완전히 바뀐 경험이 있습니다. 음양·오행이 당시 사람들이 인체와 세계를 설명하던 사고방식이자 도구이고, 고정된 게 아니라 역동적인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한의학 개념의 모호함에 불만을 갖는 대신, 그것이 왜 모호할 수밖에 없는지를 납득하게 됐고, 오히려 변하지 않는 자연 그 자체의 성질을 가장 잘 담아낸 학문이라는 생각까지 이르렀습니다. 예과 때 이 전환이 없었다면, 한의학에 애정을 갖고 공부할 동력을 끝내 찾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침 신상원 교수님께서 여시는 <의서습독살롱> 캠프가 있습니다. 원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이해하기 쉽게 떠먹여 주는 강의, 물질적이고 고정적인(비유하자면 고전역학적) 사고에 익숙한 우리의 머리를 깨주는 강의를 들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다른 한의대 학생들과 원전을 주제로 편하게 이야기 나누며 한의학적 사고를 넓힐 수 있습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둘째, 술기는 ‘도제식’으로 배우세요.
한의학 이론에 대한 이야기만 한 것 같아서 술기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여야겠습니다. 저는 지금 사암침만 쓰지는 않지만, 재학 시절 사암침전문한의원캠프에서 배운 취혈법을 바탕으로 침을 놓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저 텍스트에 적힌 경혈 위치에 막연히 침을 놓고 있었을 겁니다.
침구처럼 손끝으로 익히는 술기는 곁에서 직접 보고 배우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배우기만 하면 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한의사가 되어 월급을 받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그 값을 책임지는 존재가 되니까요. 그러니 학생일 때 여러 선배와 고수를 찾아다니며 마음껏 배우고 느끼시길 바랍니다.
셋째, 한의학 밖에서 사람을 많이 겪어보세요.
결국 우리가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한의계 바깥의 사람들입니다. 회사원은 무엇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몸의 어디가 불편해지는지, 몸 쓰는 일을 하는 분들은 어떤 근골격계 질환을 얻기 쉬운지 등 이런 걸 몸소 겪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절이 대학 때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겪는 게 어렵다면 독서도 좋습니다. 요즘은 15초 쇼츠가 유행이지만, 여러분의 인생을 15초에 담을 수 없듯 여러분이 마주할 환자의 인생도 5분, 15분 남짓의 진료로는 다 알기 어렵습니다. 사람을 전인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한의사라면, 한 사람의 인생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책들을 읽으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혀두면 좋겠습니다.
한의학 공부가 신기하게도 사람 공부, 인생 공부와 그 길이 다르지 않더라고요.
# 재학 시절 경험 중 현재의 진로와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있나요? 더불어 졸업 후 새롭게 그 의미를 느끼게 된 부분이 있다면 함께 말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한의학을 정통으로 공부하고 한약과 침으로 높은 치료율을 내시는 원장님들을 재학 중에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보며 저 또한 저를 찾아온 환자에게 실력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그 발걸음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하게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학생 때부터 최대한 많이 배워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 그 마음의 방향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재학 시절 제 목표는 ‘넓게 아는 한의사’였는데, 지금은 ‘한 가지를 확실히, 깊게 하는 한의사’에 집중하는 쪽으로 옮겨왔습니다.
임상에 나와 보니 알고 있는 걸 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오히려 빠르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환자 각각의 특성에 맞게 치료 방식을 좁혀가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여기에 사상체질의학과 전공의 생활이 겹치면서 생각이 더 분명해졌습니다. 사상의학 하나만으로도 전문가가 되는 길은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고, 훗날 제가 사상체질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걸고 진료한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지식과 술기, 경험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지금 제 선택은 저를 찾아온 환자에게는 제 장점을 최대한 살린 진료를 해드리고, 다른 접근이 더 나을 환자는 그에 맞는 전문가에게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저를 가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영역을 계속 키워, 더 많은 질환과 환자를 품을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환자가 꼭 저에게 와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환자가 어디서든 최선의 치료를 받으면 좋겠고, 저를 찾아온 분이라면 후회 없이 만족하고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저로 인해 만족하는 환자의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면 좋겠습니다.
# 한의과대학 학생으로서 바라보았던 한의계의 모습과 현재 직접 경험하고 계시는 한의계의 모습은 어떤가요? 생각했던 모습과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나요?
학생 때 제가 그리던 한의계는 이상적이었습니다. 한의학이라는 만능에 가까운 도구로 온갖 병과 고통을 다루고, 몸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사람을 통째로 헤아리는 전인적 관점으로 환자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일반 한의원보다 중증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한약과 침만 고집하는 것이 늘 답은 아닐 수 있다는 경우를 자주 마주합니다.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만발성 소뇌실조증(late onset cerebellar ataxia)을 주진단으로 입원하신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열감, 땀, 체중감소를 주로 호소하셔서 태음인 조열증으로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청열제를 증량하며 증상을 관리했습니다. 한약을 드시며 증상은 한결 나아지셨는데, 이후 환자분이 양약을 처방받는 병원을 옮기시면서 기본 혈액검사(lab)를 받으셨고, 거기서 갑상선 기능항진증 소견이 나왔습니다. 열감과 땀, 체중감소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진단이었습니다.
그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열증을 한약 증량과 침 치료로만 붙잡고 있었을 겁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현대의학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의 한의사라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뒤에 숨은 현대 질환을 먼저 감별하고 나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조화롭게 써야겠다고요.
물론 쉽지도, 짧지도 않은 길일 겁니다. 그래도 저는 양쪽을 두루 알아서, 서양의학이 꼭 필요한 경우는 그쪽으로 넘기고 한의학이 더 나은 경우엔 그 도구를 제대로 쓰는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학생 때 저는 한의학만으로 몸 전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한의학과 현대의학을 함께 써야 그 ‘전체’가 비로소 온전히 보인다고 느낍니다.
# 올해부터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경험해본 수련의로서의 삶은 어떤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체계적인 수련 과정이 한의사로서 성장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느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현재 하는 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우리 과와 병원, 그리고 학생 실습이 잘 굴러가도록 만드는 사람”입니다. 크게 세 가지인데요.
첫째는 진료입니다. 교수님 외래를 보조하면서 체질 진단과 치료가 매끄럽게 이루어지도록 돕습니다. 환자가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예진이 되는 시스템, 진단용 사진을 위한 카메라 세팅, 설문 의도에 맞는 응답을 끌어내는 문진 설계, 내원 시간이 겹칠 때 대기를 줄이는 동선까지, 진료 뒤에서 돌아가는 크고 작은 것들을 챙깁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건 환자의 체질을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운 뒤, 그 근거를 교수님과 토의하며 처방을 다듬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면 환자를 통해 다시 공부하게 되고, 책 속 활자로만 알던 내용이 비로소 이해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제가 사상체질의학과를 택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한약을 주된 무기로 삼는 과이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처방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고, 과 분위기가 수평적이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둘째는 병원 운영입니다. 사상체질의학과는 부산대학교한방병원이라는 큰 조직의 한 부서이기도 해서, 회사의 부서처럼 지켜야 할 행정과 업무가 많습니다. 전공의들끼리 업무를 인계하고, 후임을 교육하고,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도 함께합니다.
셋째는 교육입니다. ‘대학교’병원이다 보니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큽니다. 특히 부산대는 7년제라 마지막 학년 학생들(PK)이 한방병원 실습에만 온전히 참여하는데, 그만큼 실습이 체계적이고 전공의가 실습에 쏟는 시간도 많습니다.
저는 학생 때부터 여러 한의사 선생님을 찾아뵈었는데,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은 하나같이 “한의사 전체가 잘 되어야 나도 잘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는 그저 대단하게만 느껴졌던 그 말이, 막상 환자의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인 ‘한의사’의 자리에 서 보니 실감이 납니다. 한의계 전체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일이야말로 결국 나의 일이라는 걸요.
제가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실력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습니다. 전공의로 있는 동안 실습을 통해 배움을 나눌 기회가 있다는 것이, 그래서 참 기쁩니다.
저는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즐기고 그 관점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서양의학 지식과 술기가 많이 필요한 수련병원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인턴 시절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는 시간이라기보다, 제가 부족하다고 느낀 영역을 채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뒤 전공의로는 제 성향에 맞게, 병원에서도 한의학 공부를 많이 할 수 있고 한의학적 사고의 비중이 큰 사상체질의학과를 선택했습니다.
체계적인 수련이 성장에 주는 의미는 지금 근무하며 몸으로 느끼는 장점들로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첫째, 협진이 이루어지고 상급병원 수준의 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서양의학적 감별진단과 한의학적 진단을 함께 굴리는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갑상선 사례처럼, 이 훈련이 환자의 병인을 놓치지 않게 해줍니다.
둘째, 치료 효과를 환자의 주관적 진술에만 기대 판단하지 않습니다. 서로 납득할 수 있는 공용 평가척도로 경과를 추적하니, 그 환자에게 맞는 치료계획을 훨씬 날카롭게 다듬어갈 수 있습니다.
셋째, 특정 증상이나 질환에 대한 보편적인 알고리즘과 프로토콜을 익히게 됩니다. 이건 한의학 실력과는 별개로, 의료진이라면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 후 바로 로컬 한의원에서 일하면 신규 한의사로서 다루는 환자군의 폭이 넓지 않을 수 있는데, 수련 과정에서는 이 표준화된 판단 틀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단계는 서양의학 기준의 알고리즘과 프로토콜을 익히면서도 한의학적 진단 틀과 치료 도구를 함께 갖추는 것입니다. 수련은 그 두 가지를 한 자리에서 쌓게 해줍니다.
물론 이게 정답이라는 건 아닙니다. 로컬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잘 맞는 분도 많고요. 다만 저에게는, 지금으로선 잘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소속 병원의 업무뿐만 아니라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바쁜 수련 과정 중에도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얻게 되는 경험이나 즐거움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턴 때는 엄두도 못 냈는데, 전공의가 되고 나니 제 하루를 저만의 방식으로 채우며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여름휴가에 라오스로 KOMSTA 의료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거창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봉사를 꾸준히 해왔는데, 하고 나면 늘 제가 더 큰 기쁨을 선물 받곤 했거든요. 대학 입학 전 방학엔 한의사 다음 꿈이었던 ‘교육의 꿈’을 이루고 싶어 저소득층 학생들을 가르쳤고, 입학 후엔 본초학회 초혼 회원으로 제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매주 봉사했습니다. 그러면서 막연히 해외 봉사를 가보고 싶다, 이왕이면 제 직업을 살려 의료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습니다. 다행히 전공의 때는 연차를 보장받을 수 있어서, 이번 여름휴가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뒤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얼굴이 좋아졌다, 더 건강해 보인다”였습니다. 사실 떠나기 전엔 몸이 안 좋아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봉사를 통해 오히려 건강과 행복을 얻어 온 겁니다. 돌이켜보니 당연했습니다. 봉사기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만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이든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아야 잘하게 되고, 좋아해야 그렇게 쏟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잘하고 싶은 건 좋아하려 애쓰고, 좋아하는 건 결국 잘하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한의학과 의료, 치료는 애쓰지 않아도 제가 좋아하는 일입니다. 제 손길이 누군가의 고통을 덜고 기쁨을 준다는 게 참 감사하고요.
그런데 좋아하고 잘하는 일도 ‘직업’이 되면 싫어진다는 말이 있죠. 그 일이 굴러가게 하려면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부수적인 일들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첫 직장 생활을 하며 그걸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봉사가 더 특별했습니다. 부가적인 것들을 다 덜어내고 ‘의료’라는 본질에만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니까요. 그 충만함이 제 몸과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이번 봉사를 계기로 다짐했습니다. 한의사로 살다 보면 진료와 맞닿지 않은 일들도 해야겠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국 ‘환자를 낫게 한다’는 본질을 가장 잘 살리는 방향으로 흐르도록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남의 병원에서 일하든 제 병원을 열든, 그 현장이 라오스에서처럼 따뜻한 마음과 열정으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 더 돕고 더 하려 애쓰던 그 진료 현장처럼 되도록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재학 시절 우수한 학업 성적을 유지하셨고, 제80회 한의사 국가고시에서 전국 수석이라는 결과도 얻으셨습니다. 이제 2학기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졸업과 국가고시를 앞둔 후배들에게 본인만의 공부 팁과 응원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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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학 내내 내신을 챙긴 편이라, 자연스럽게 국가고시 범위에 자주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6년이 한의학을 공부하는 마지막 시기’라는 착각 덕분에 공부에 매진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사실 한의학 공부는 임상에서 비로소 시작되고, 한의사로 사는 내내 끝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기간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이 시기에 여러 질환의 기본 지식을 압축적으로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련을 하지 않고도 질환별 프로토콜과 감별 알고리즘을 익힐 수 있는, 어쩌면 가장 효율적인 기간이죠.
그렇게 공부해두면 나중에 진료할 때 보이는 게 많아집니다. 다양한 진료과의 다양한 질환을 안다면, 요통으로 온 환자에게서 익상편이, 건선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요? 얼굴빛이 잿빛이고 소화가 안 되며 부쩍 피곤하다는 환자에게 신장 기능 검사를 권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가슴이 조인다는 환자 앞에서는 심장질환만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겨를이 있을지 모르지만) 혹시나 하고 머피 사인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요. 머리에 무작정 input하지 마시고 ‘output을 통한’ 강제 input을 하시기 바랍니다.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일단 국시 기출부터 푸세요. 그리고 그 문제가 요구하는 지식을 거꾸로 채워나가는 겁니다. 머리에 훨씬 오래 남습니다. 기출을 연달아 풀다 보면 교수님들의 출제 기조도 눈에 들어오고요.
그리고 헷갈리는 내용은 반드시 따로 노트에 정리해두세요. 시험 직전에 그 노트만 훑어도, 여러분은 ‘헷갈리는 것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솔직히 국시 범위가 워낙 방대해서, 회독을 거듭해도 또 까먹는 자신을 보며 현타가 오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그냥 한 번 더 보세요. 그래도 이 금붕어 같은 기억력으로는 안 되겠다 싶으면 노트에 적어두고 시험 직전에 보면 됩니다. 감정 소비는 최소로, 회독 수와 문제 풀이 수는 최대로 하세요.
저도 진부한 말은 싫어하지만, 오직 공부만 하면 되는 학생 시절이 가장 편하다는 건 불변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공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이 마지막 시기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마음으로 더 많이 알기 위해 뜨겁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긴 한의대 생활 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 학기는 각자에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가시길 바라고, 멋진 한의사가 되어 동료 한의사로 함께 한의학을 키워갈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학창 시절 기초 공부의 중요성, 기초 공부의 내용이 임상의 내용과 연결되는 순간,
한방 전문수련의로서의 당찬 포부와 국가고시 대비에 대한 실질적인 팁까지,
유익한 내용을 상세히 공유해주신 강지영 한의사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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